인생은 길다. 긴 인생 '어찌 살면 좋을까. 무엇을 하면서 살면 좋을까'에 대한 고민은 오래전부터 해왔으나 할때마다 상황도 바뀌고 생각도 바뀌며 답도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다. 옳고 그름은 없고, 후회가 남느냐 혹은 금전은 얼마나 남느냐 아니면 개인적 성취, 그것도 아니면 만족감이라도 남는 선택을 해야 나중에 땅을 치며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이미 이만큼 여러가지 선택의 폭을 넓혀본 이상 후회는 필연일지도 모르겠다. 분명 시간이 지나고 이 날을 되돌아보며 후회를 할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다양한 선택의 기로에 또다시 놓였다. 이번엔 취업이냐 아니면 진학이냐에 대한 본격적인 고민이다. 그간 작게나마 이루어놓은 것(그래봐야 인생 초반 20년간 주위 사람들의 압박에 의해 시키는 대로 성실히 했다는 것의 증거)도 있고, 버리고 나온 것도 있기 때문에 잃을 것이 생겼다는 생각에 더 진지한 고민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좀 더 과감해졌고, 내 자신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해보았으며, 무엇보다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자세 정도는 배울 수 있었다.

 아직 무엇도 결정된 것은 없으고, 그리고 앞으로도 남은 관문들이 있으니 아직 다 끝났다곤 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이제 조금은 한시름 놓을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뭐 어차피 이것들 때문에 밤새우며 준비하진 않았으나 스트레스는 안받아도 되는 그런 상황이니. 해서 후기를 좀 남겨볼까 한다. 그간의 면접기간 동안 회사 분위기나 면접 과정들, 혹은 분위기나 사람 대하는 방법이 다 달랐으니.



1. SKT 1차면접
 '사람을 생각하는 기업'을 내세우는 SKT이다. 1박 2일간의 면접이고, 어느 면접보다 많은 과제와 스트레스와 부담감으로 압박감을 주지만, 진행요원이나 면접관은 피면접자를 배려하여 편안하게 해주려고 많은 노력을 하는 면접이기도 하다. SKT 최종 합격자를 대상으로 하는 신입사원 연수가 진행되는 이천 FMI에서 진행되며, 밥이 잘나오기로 유명하다. 시설도 콘도급이고, 부대시설도 매우 잘되있는 편이라 합격하게 되면 즐거운 시간(무려 6주? 8주?)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통신회사 답게 방마다 무선AP기능이 포함된 모뎀이 있었다.

 SKT 면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1박 2일동안 다양한 과제를 주고, 해당 과제를 수행하는 전 과정이 평가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의사소통 과정에서 나타나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의견 주장, 갈등 해소, 역할분담, 자기 역할 수행 등이 될 것이다. 내가 지원한 경영(인문) 부문의 경우, 결과물도 비중있게 본다는 설(어디까지나 썰)도 있다.

 많은 대기업들이 대개 면접에 앞서 서류로 끊고, 서류 합격자에 한해서 인적성 검사라는 명목의 OMR카드 검사하는 시험을 치루게 한다. 물론 SKT도 마찬가지인데, 내가 이런 인적성 검사에 가장 불만인 것은 '어찌 continuous한 3차원 세상에 살고 있는, 그보다 차원이 훨씬 높고 고도로 복잡한 인간의 인성을, 한낱 몇백개 내지는 몇천개밖에 되지 않는 문제지를 가지고 Quantization하려 드는가?'라는 것이다. 막말로 비슷한 적성 문제를 가지고 연습하면 점수가 더 잘나올 수도 있고, 비슷한 인성문제들을 뽑아 미리 자신의 인성을 만들어서 먼저 푼 다음에 그것을 연습한대로 마킹만해도 '나는 당신들이 원하는 인재요'라고 말할 근거가 될 수 있다.

 SKT 1차 면접은 조금 다르다. 앞서 말한 인적성 검사가 객관식 시험이고, 찍어서 운좋게 시험을 잘 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면, 여기서는 그런게 쉽사리 통하지 않는다. 왜냐면 직접 면접관이 한 팀당 2명씩 들어와 그것을 '주관식으로' 평가하기 때문이다.(물론 여기에는 면접관 개인의 주관이나 판단 같은 것은 개입되지 않고, 면접관은 공정하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뿐만 아니라, 돌발상황도 언제나 준비되어 있고, 다음날 팀장면접은 따로 준비되어 있다. 이 팀장면접이 보통 대기업에서 잠시 하는 바로 그 면접이다.

 여러가지 다양한 방법으로 사람을 본다는 장점이 SKT 1차 면접의 특징이다. 그냥 '스펙만 좋으면' 붙는다기 보다, 스펙도 스펙이지만 정말 SKT라는 '조직이 원하는' 사람을 뽑으려는 의지가 보이는 면접이었다. 보통 스펙만 좋게 하려고, 거기에 자기를 더 포장하고 과장하려고 이것저것 하긴 하는데 그 와중에 이기적인 애들, 자기 의견만 내세워 팀 분위기 해치는 애들, 그런애들 보면 정말 진도 안나가거든. 이런애들 거르기는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1박 2일간 연기 잘 한다면 그건 또 다르겠지만, 그럴 경우 앞으로의 사회 생활도 연기 잘 해주길 바랄 수밖에.

 대기시간은 팀별과제의 경우 없다고 봐도 무방하며, 개인과제의 경우 길면 1시간, 짧은 경우 대기시간은 없다. 팀별과제와 개인과제 모두 면접시간이 부족하지 않으며, 1차면접 전체 과정이 끝났을 때, 아쉬움이 가장 적게 남는 면접이다.

 팀별과제 시간에 면접관은 진행에 관련된 내용을 제외하고는 참여하지 않는다. 팀장(부장급)면접의 경우, 경우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에 대한 평가와 피면접자의 살아온 날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을 중점으로 한다. 같은 조에 있었던 장교 출신 전역 예정자의 경우 '이처럼 사람 말 잘 들어주는 면접은 처음이네요'라고 할 정도로 인간적으로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준다는 장점이 있다. 이게 얼마나 피면접자로 하여금 마음이 편하게 하는지, 그리고 그것을 통해 결과적으로 더 많은 평가항목을 이끌어 낼 수 있는지는 면접 해보신분들은 아시리라.



2. NHN 1차 면접
 NHN의 채용과정 특징이라면 시험이 많다는 것이다. NHN의 경우 전공을 살려 SW개발직을 지원했는데, 서류 전형을 통과하고 나서 처음 본 시험이 거의 전공시험에 맞먹는, 사실 안배운 과목이 많아 전공시험보다 어려운 시험이었다. 각 과목에 대한 난이도는 낮으나, 4학년 과목으로 도배된, 각 테크트리의 궁극과목들만으로 이루어진 시험이랄까. OS와 DB를 듣지 않은 나에겐 1차 면접의 기술면접에서도 약점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이 1차 시험을 통과하면, 1차 면접을 보게 된다. 아.. 서현역.. 개인적으로 서현역에 추억이 많은데, 중3때 담임이셨던 선생님이 중3때 시집을 가셔서 반 애들이 같이 가서 축가도 불러드리고 했는데, 그 선생님이 처음 전근가신 곳이 백현중이었고, 고3때 번지점프하러 간 곳이 율동공원이었으며, 군대가기 전 차타고 이리저리 친구 만나러 다닐 때 한창 워3 같이하던 친구들이 살던 곳도 분당 서현역 근처였다. 안그래도 면접보고 차타고 나오는데, 그때 봤던 베니건스를 다시 보면서 '아.. 그때 밤에 보던 베니건스 낮에 보니 저렇게 생긴 곳이었구나'.. 여하튼 서현역에서 매우(!!!) 가까운 곳에, 심지어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건물에서 면접이 진행됐다. 건물 찾기는 매우 쉬웠으며(특히 네이버맵 앱을 이용하면 더 쉽다.) 건물도 이쁘장하니 괜찮았다. 면접 대기실이었던 NHN IS(미래에셋플레이스 8층) 분위기는 우드 장식에 미니멀리즘이 느껴지는 단조롭지만 심심하지 않은 깔끔한 분위기였다.

 NHN 1차 면접은 인성면접과 기술면접 두가지로 치루어졌다. 인성면접의 경우 2인 1조로 (면접관수):(지원자수)=3:2 의 면접을 진행하게 되고, 기술면접은 각 개인이 (면접관수):(지원자수)=2:1로 면접을 진행하게 된다. 시간은 각각 정해져있고, 총 2시간이 소요된다. NHN 면접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면접보는 사람별로 시간을 다르게 공지해 대기시간이 매우 적었다는 것이다. 늦지만 않는다면, 바로 시작해서 1+1=2시간 면접 바로 보고 끝나는대로 바로 집에 갈 수 있다.

 인성면접의 경우, 다른 기업의 면접 질문과 마찬가지로 비슷한 질문을 물어본다. 아무래도 3:2 면접이다보니 같은 질문을 두 피면접자에게 공통으로 하기도 하고, 한명의 피면접자에게 추가질문을 하기도 한다. 면접관이 좀 더 인간적인, 바로 옆 선배 같은 질문을 던져주기도 한다는 특징이 있다. 예를들면, '이러이러 해서 후배랑 사이가 안좋아졌습니다'라는 대답을 피면접자가 했을때, '그래서 그 후배랑은 요새도 연락 하며 지내요?'(웃는 분위기에서) 라는 식의.

 기술면접은 말 그대로 이 사람이 기술적으로 얼마나 알고 있는가. 그리고 이 사람이 그것에 대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얼마나 되나를 측정하는 시간인 것 같다. 이 면접을 보고 나오면서 내가 느낀 것은,
1번 '~~~를 구현하시오'.  2번 '1번에서 구현한 ~~~를 ㅁㅁㅁ로 구현하시오'.  3번 '2번에서 구현한 ㅁㅁㅁ를 ㅇㅇㅇ로 구현하시오'.  4번 '그렇다면 ㅁㅇㅁㅇ는 어떨까?'와 같은 식의 대학교 면접이 떠올랐다. 즉, 한 문제를 제시하고, 그 문제에 대한 답을 피면접자가 제시하면, 더 발전한 질문이 이어지며, 그 질문은 피면접자가 응답가능한 수준이다. 또한, 그 과정에서 피면접자와 면접관 사이에 제약조건이나 요구사항 등이 질의응답 가능하며, 답을 설명하는 과정 뿐만 아니라 문제의 조건에 대한 질의응답 역시 하나의 평가과정이 되는 것 같다. '내가 참 학부때 하드트레이닝 되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한 면접이었다.



3. 한양대
 위의 두 기업과는 어울리지 않기도 하지만, NHN 1차 면접 바로 다음날 본 면접이라 그런지 참으로 대조되는 면이 많았다. 첫째, 불친절하다. 수험표를 뽑아오라고 했는데 나는 어디서 뽑아야될지 몰라서 결국 그날 사진 한장 가져가서 그 자리에서 임시 수험표를 발급받았다. 그런데 항목에 적혀야할 항목도 제대로 적히지 않고, 지원사항에 나의 출신학교와 출신과를 적는 재밌는 상황도 연출되었다. 물론 적으신 분도 나중에 그걸 아시고 우스갯소리로 넘기시기도 한만큼 중요한 것은 아니기도 하다. 둘째, 대기시간이 미친듯이 길다. 미친듯이 미친듯이. 앤 미친듯 이 미친듯이 대기시간이 길다 진짜. 12시 20분까지 오라고 해서 갔더니, 면접은 5시가 다되어서 봤다. 아무것도 안하고. 진짜 아무것도 안하고 ㅋㅋㅋ 아무것도 ㅋㅋ 자는것도 지칠 정도로 그 좁은데 앉아서 아후 진짜 너무 좁았다. 

 의전공부하는 애들 맘에 안드는게 사람 살리고 남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너무 이기적이다. 자기만 알고, 세상을 자기 위주로 돌린다. 아직 뭐 어리니까. 이제 막 대학 졸업하는 애들이 대부분이니까. 군대도 안갔다 왔으니까. 아참, 이 집단이 내가 여태 속해본 집단 중에 가장 이기적이기도 하지만, 가장 여성 비율이 높은 집단이기도 하다. 둘의 연관성은? 학원 다니는 동안 선생님들이 계속해서 봉사하고 남을 위해 헌신하는 마음을 가지고 더불어 살아가는 마음을 가지라고 강조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는 것 같다. 여하튼 이기적이다. 내가 이미 내 자리에 앉았을 때는 나는 책 하나 필 공간 없이 양쪽에 앉은 사람들이 내 자리까지 침범해둔 상태였다. 난 처음에 저기가 내 자리라고 하길래 '어? 어디?'라고 했을 정도니.. 이건 한양대 측에서 제공한 장소가 앉는 자리가 좁은 장소이기도 하지만(27동 제2공학관. 소위 '27다시' 라고 불리우는 건물) 양 옆에 애들이 지 공부한다고 그 좁은데서 책을 잔뜩 펴둔 게 이유이기도 하다. 잠깐 눈 좀 붙일라고 엎어졌는데, 지 가져온거 책장 넘기면서 툭툭 치는건 이미 예사. 아 뭐 근데 이런애들 학원 다니면서 진짜 진절머리 나게 봐와서. 이런 애들이랑 같은 집단에 속한다는 것 자체가 기분이 나쁘기도 하다. 의전 가고 싶은 마음이 떨어지는 이유 중 하나기도 하고.

 4시간반~5시간 가량 아무것도 안한채 막상 면접에 들어가서 교수님 3분 앞에서 면접을 봤을 때, 한분은 압박+짜증, 한분은 Neutral, 한분은 친절하셨는데, 이 압박 하시는 분이 좀 오랜 면접에 지치신 모양이다. 아니 어떻게 7명씩 30분동안 면접을 4~5시간동안 보게 할 수 있지. 아무리 15분 쉬고 15분 면접하는 거라고 해도 사람이 얼만데. 아 물론 교수님이 부족한건 알겠는데 그럼 일정을 나누던가 이틀로. 너무 피면접자를 배려하지 않고, 그냥 행정으로 몰아부치는 것 같아 씁쓸했다. 4시간반에서 5시간 가량 기다린 끝에 15분 면접보고 끝나다니.

게다가 면접자와 피면접자 사이의 거리도 여태 본 면접 중 가장 멀었다. 세상에나 이건 거의 내가 대학 입학할때 봤던 면접처럼 '난 교수 넌 학생 따라서 우리 사이엔 요단강만큼의 거리가 존재해'라고 선을 긋듯이 말이다. 아니 혹시 의대 교수님들이 공중위생 생각해서 많은 학생들을 대면하는 것을 염려해 일부러 거리를 띄우신건가.

 아참, 오랜 기다림을 위로하기 위해 학교 측에서 떡 한박스 돌린건 적어야겠군. 그치만, 면접 끝나면 바로 집에갈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먼저 면접본 사람과 가장 마지막에 면접본 사람의 시간차는 약 4시간이라는거. 뭐 물론, 문제는 고정되어 있고, 유출되면 안되니까 같은 장소에 모여 휴대폰도 다 걷고, 나가지 못하게 통제하는 것은 이해하겠다. 그리고 시간차를 두고 도착하게 하는 것도 불가능한 것도 이해하겠어. 하지만 이건 시간차가 너무 나잖아. 계속 앉아서 공부하는 것도 지치고, 나처럼 아무것도 없이 계속 쳐 자다가 시계만 보는 것도 정말 스트레스라고. 나 정말 그 자리에서 '10만원 돌려줘! 필요없어 그냥 면접 안볼래!'라고 외치고 그냥 뛰쳐나오고 싶다는 생각을 한 23번은 한거 같아. 그 자체가 벌써 불공평한거 아닌가? 사람 지칠대로 지치게 해놓고 면접보는 거랑, 오자마자 말랑말랑한 머리로 시험치게 하는거랑. 같을 수가 있냐고. 목소리도 내가 내 목소리 들으니 지친 목소리가 나오더만.




결론
가끔 보면 SKT는 면접으로 마케팅을 한다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대기업들은 면접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다. 그만큼 좋은 사람 뽑으려고 노력하는 것 같기도 하고. 특히, SKT의 1차 면접처럼 다방면으로 사람을 평가하려는 시도는 상당히 높게 평가받아 마땅하다. 반면에, 행정위주로 돌아가고, 그냥 성적 줄세우기만으로 사람 뽑겠다는 면접방법은 시행착오라는 것과 개선이라는 것과는 거리가 먼, 그냥 제자리에 머물러 있겠다는 의지를 느끼게 한다. 진짜 의사를 뽑겠다면, 사람을 살리는 사람을 양성하겠다면,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문제로 내는 것 뿐만 아니라, 선서 한 사람이 그 의지를 먼저 보여주고, 앞으로 그 선서를 이어갈 사람을 뽑아야 하지 않을까. 물론 나는 성적이 부족하기 때문에 안될꺼지만 말이다. 적어도 이 사회를 위해서는 그래야하지 않을까?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