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유리로 둘러쳐진 건물 따위는 거들떠도 안보겠다고 다짐했는데.. 정자역 가까이에 위치한 NHN 그린팩토리


  길고 긴 NHN의 면접 단계들이 끝나가고 있다. 전공시험, 1차 인성/기술면접에 이어 각자 인터넷을 통해 수행하는 인성 테스트, 그리고 2차 임원면접까지 시험이 많아서인지 유난히 길게 느껴진다. 임원면접이라고는 하지만, 대개 다른 기업들도 부장급이나 팀장급이 면접관으로 나오고, 
NHN 자체가 나이가 많은 기업은 아니기 때문에 큰 부담은 없었다. 사실 부담이 없었다기 보다 부담없이 가는게 좋을 것 같아서 일부러 그러려고 노력한 것도 없지 않고.



최근 We connect you to the world를 잘 하고 있는가에 대해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는 NHN



  NHN하면 네이버라는, 전 세계에서 구글이 유일하게(?) 정복하지 못한 가장 강력한 박힌돌을 운영하는 회사이다. 한게임을 인수해서 게임 사업도 진행하고, 미투데이나 네이버 포탈을 이용해서 많은 다양한 사업을 진행중인 것으로 안다. 태생이 검색엔진이었기 때문에 주요 사업은 검색엔진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최근 네이버 검색의 폐쇄성 때문에(관련글: 한국 인터넷에서 잘못 끼워진 첫 단추, 그 이름은 네이버 (NAVER) - 조성문선배님의 블로그, 네이버 검색창의 폐쇄성, 지나치다 못 해 황당깜신의 작은 진료소) 포풍처럼 까이고 있다.
  사실 나부터도 전산실 관리자를 시작하던 2007년 여름부터는 메인 검색엔진이 구글로 정해졌다. 서버 삽질은 대개 영문 검색이 지원되야 하는데, 네이버의 영문검색은 매우 빈약하다. 위의 링크에 달린 글들도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네이버 검색 결과는 대부분 자체 컨텐츠인 블로그, 까페, 지식인을 기반으로 한 검색결과를 보여준다. 안에서만 내용이 돌고 돌다보니 잘못된 내용이 수정될 기회를 잃게 되고, 정말 필요한 정보는 광고에 묻혀 뒤로 밀려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아예 안 띄워주는 경우도 많고.
  문제는 면접 보러 가는 아침에도 그런 트윗을 많이 보면서 갔다는 것이다. 이걸 면접관들한테 해? 말어? 구직자 입장에서 그런 위험한 생각은 큰일이다. 안들어가면 장땡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람이란건 언제 어디서 만날지 모른다. 후에 다시 그분들을 뵈었을 때, '아 당신 저번에 면접보러 와서 앞뒤 안가리고 막 말하던 그 사람이구만?'이라고 한번에 기억해낸다면? 정말 괴로울지도 모른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렌더링된 것 같은 디자인의 설치조형물!? 저거 다 진짜 책인 것 같았다.


  어쨌든 NHN 사옥 자체는 매우 매력적이었다. 앞서 가본 SKT의 T타워는 새벽같이 도착한지라 1층도 제대로 둘러보지 못해서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그래도 방문증을 가지고 내부를 조금이나마 둘러볼 수 있었다. 내부 사람들에게만 공개되는 공간에서 사진을 찍는 것은 실례가 되는 것 같아 1층에서 안내하시는 분의 동의를 구하고 몇컷 담아왔다. 아쉬운게 있다면 면접을 보는 4층에조차 샤워실이 있다는 거랄까........ 학부때 후배들에게 '대학원 선택할 때, 절대로 샤워 시설이 있는 랩은 가지 마라'고 해놓고 나는 샤워실 있는 연구실도 가고, 샤워실을 잘 갖춘 NHN도 쓰는구나.....



  2차 면접은 3대 3으로 진행됐다. HR에서 한분, 현업 임원 두분과 피면접자 3명이 대면하는 방식이다. 그간의 면접들이 너무 평이해서였을까. 이번 면접은 비교적 압박면접이었다. 피면접자의 답변을 더 뚫고 들어가는 질문이야 예상했지만, 면접관으로부터 질문이 되돌아오는 시간이나 질문의 속도, 그리고 일관성에 관한 질문들이 날카롭게 느껴졌다.  또한 쌩뚱맞는 질문들도 있었는데, 같이 면접실에 들어간 분이 잘 대답해주셔서 무난히 넘어갈 수 있었다. 사실 면접보는데 자기자신의 준비도 중요하겠지만, 누가 같이 들어가느냐는 더 중요한 것 같다. 아무리 준비를 잘해도 앙칼진 목소리로 상대를 까는, 기가 센 피면접자와 같이 면접을 보게 되는 상황에서 자기가 준비한 것을 십분 발휘하기란 정말 어렵기 때문이다. 다행히 3:3에서 피면접자 한명은 참석하지 않았고, 같이 본 분은 무난하게 이끌어가는 능력이 있어 정말 다행이었다.

  생각나는 질문을 몇가지 적어보면,
0. [공통]자기소개를 간단히 해보세요.
1. [나에게]왜 대학원 휴학했는가: 연구가 맞지 않아서, 너무 무난한 것 같아서, 친구들과 무언가 준비하는 것이 있어서 그런 것도 해보고 싶었다.
2. [나에게]무난하고 평탄한 것을 버리고 나왔는데 취직하겠다고 하는 것은 모순된 것 아닌가(시작부터 이런 질문을 받아서 약간 난감했지만): 더 큰 것을 배우고 싶다고 친구들과도 시작할 때 이야기한 상태다. 대학원은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3. [또다른 피면접자에게]어학연수를 뉴질랜드로 갔는데 뉴질랜드를 택한 이유는?
4. [또다른 피면접자에게]뉴질랜드에서 추천할만한 여행 장소는?
5. [또다른 피면접자에게]학교를 오래 다녔는데 그 이유는?
6. [공통]NHN에서 필요로하는 인재상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며 자신이 그에 얼마나 적합하다고 생각하는지 어필해보세요.
7. [공통]오늘 아침 여기까지 오면서 든 생각을 말해보세요.
8. [공통]타인에게 비쳐지는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말해보세요.
9. [공통]둘 중 한명만 합격시킨다면 누가 됐으면 좋겠는가: [두명이 같이 대답]둘 다 같이 됐으면 좋겠다.
10. [공통]서로 옆을 보면서 서로의 장점과 단점을 하나씩 이야기해보세요.
11. [나에게]집단 내에서 자기 주장을 하는 편인가 아니면 주장을 따르는 편인가: 서로 다른 주장을 잘 융합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기타 등등 여러가지 있었지만,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40분이라는 면접 시간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후딱 지나가버렸다. 면접비는 많은 편은 아니지만 차비 하기엔 충분하고도 넘쳤다. 정자역이나 서현역이나 모두 공영 환승 주차장이 있어서 주차 문제는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아래는 보너스. 1층에 있는 NHN스토어에서 산 달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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