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board.realestate.daum.net/gaia/do/estate/totalDebate/read?&bbsId=freeboard&articleId=31502
제목 : 아이셋 키우며 빚없이 살기
결혼한지 11년차 된 아이 셋 키우는 부부입니다.
아이들이 커가니 살고있는 곳이 좁아 이사를 계획하고 집을 내놓고 두 달여 동안 부동산 시세를 알아보느라
아고라에 많이 방문했습니다. 게시된 글들을 읽으며 여러가지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참 많은 분들이 부동산에 대한 생각들을 가지고 계시고 좋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제 제 경험을 바탕으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글을 올리려 합니다.
저희 부부는 집안 어른들의 도움으로 지방 전라도 광주에 아파트 33평을 분양받아 입주해서
신접살림을 차렸습니다. 축복받은 시작이지요.
당시 imf 라서 분양가는 9000이었고 세금 포함 약 1억 정도였다고 기억됩니다.
당시 저 뿐만 아니라 친구들도 결혼을 했는데 약 2년 후에 제 친구도 1억 5천에 용인에 아파트를 얻었더군요.
친구가 아파트를 살 무렵 저희 아파트는 1억 2천 정도까지는 올랐으니까 나름 훌륭한 투자였다고 할 수 있겠죠?
그런데 문제는 그 후에 발생합니다. 제 친구 아파트는 얼마 후에 2억 5천이 됐다고 자랑하는데
제 아파트는 여전히 1억 2천 아니 1억 1천까지도 떨어집니다.
그리고 제 아파트는 11년된 지금도 1억 2천 정도
주변에 저희보다 늦게 지어진 같은 평수 아파트가 분양가에 밑돌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그나마 다행입니다.
제 친구는 빚을 지며 샀기 때문에 아이도 하나만 낳고 살고 있습니다만 속도 편하고 무던한 저는 그동안 애들을 셋 낳았습니다. 사실 대출 빚없이 사는 것이 유일한 행복이라고 하지만 아이 하나 키우는데 1억 8천이 든다는 얘기를 고려하면
저는 빚이 5억 4천쯤 됩니다. ㅋㅋ
여하튼 아이들도 커가고 집도 옮겨야 할 듯 해서 이리저리 알아보니 저희 동네 같은 평수의 분양가가 2억이 넘더군요. 그리고 40평대의 방 4개 아파트는 저층이 아니면 3억 이상이구요. 이것은 언제부터인가 일기 시작한 브랜드 바람이 이 촌구석에도 불어와 **린 **파크 *천대 라고하는 브랜드를 달면서 나타난 현상이었습니다.
그래서 남들 다 낸다는 주택담보대출 끼고 저축 탈탈 털어 옮겨갈까 했더니 최소한 1억정도는 빚을 내야하겠더라구요.
(저축이 많지는 않습니다. 남편 외벌이고 제가 그동안 학업에 돈을 많이 썼고 지금도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슬펐습니다. 이런 제 고민이 눈에 보였던지 5살난 아들이 자기 세뱃돈을 쥐어주며 이사가는데 보태라고 합니다..
고민고민 하다가 이사시기를 2년 뒤로 늦추기로 했습니다. 뭐 15년 되면 아파트 값은 떨어진다고 보신 분들도 있지만
제 아파트만 떨어지고 다른 아파트들은 모두 오를리는 없다는 마음으로...
저는 굳이 새 아파트를 고집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나중에 제 돈이 좀 더 만들어지면 가려구요.
이 촌구석 지금까지 살아보니 많이 오르긴 어렵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11년 살았는데 2-3천 올랐다고 할 수 있지만, 투자한 1억에 대한 이자도 반영안되는 상승이구요. 사실상 물가반영 제로라고 할 수 있지 않습니까?
이런곳에 **린 **파크 *천대 라고 하는 아파트라고 별거 있겠습니까? 지금 입주한지 2년 정도 된 아파드들을 지금 매도하려고 애를 쓰시지만 호가 많이 올려놓고 들어오라고 하면 저같으면 문의 안합니다. 분양시장 활황이었던 분양 당시에도 미분양이 있었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알게 모르게 할인 들어간 아파트를 호가대로 사고 싶지는 않습니다.
우리동네 대표적인 재개발 아파트도 그렇습니다. 벽처럼 산처럼 지어놓은 **밍 아파트는 프리미엄 분양을 한다고 합니다. 프리미엄 분양이 뭐냐면 분양가의 5천에서 6천 다운시키고 2년뒤에 원가 이상 회복이상 되면 그것만 갚는다는 조건이구요. 대신 깎아준 5천~6천은 은행에서 근저당 설정을 해놓는다고..좋은 조건이긴 하지만 바꿔말하면 만약 벽처럼 산처럼 아파트를 짓는 그 회사가 2년 이내에 망하기라도 하면 나는 원가 고스란히 빚으로 안아야하는 대책없는 분양이 프리미엄 분양이더라구요. 한마디로 회사의 빚을 개인에게 부담시키려는 속셈이 아닌지 의심됩니다.
거두절미하고 대한민국 아이셋 키우며 연속극에 나온는 집들처럼 폼나게 살기 어렵습니다.
어제 아이 둘을 어학원에 들여놓았습니다. 방학동안에는 제가 아이들 영어 수학 공부 직접 시켰지만
개학해서 저도 바쁘다보니 다시 학원으로 밀어넣을 수 밖에 없더군요.
91년인지 92년인지 잘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지금은 돌아가신 박현채 교수님(민족경제론) 강의를 들었는데 그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당시 수업시간에 남학생들은 데모하러 가고 여학생들 밖에 없었는데 갑자기 "여자가 공부해서 뭐에 쓰냐"고 하며
일장 여성 비하발언을 늘어놓으셨지요.. 다 아시겠지만 굉장히 진보적인 인사로 알려진 이 분의 황당한 말씀에
저희들은 "저분이 또 살짝 상태가 안좋아지셨나보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시 학생들 사이에는 이 분이 빨치산 활동으로
고문을 많이 당해서 가끔 정신을 놓으실 때가 있다는 소문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 4학년 한 언니가 당돌하게 노동해방과 함께 궁극적으로는 여성해방이 당연한 것이 아니냐 왜 그런
말씀을 하시느냐고 묻더라구요. 저는 그때 갑자기 눈에 빛이나던 박현채 교수님을 잊지 못합니다.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교수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지금까지 산업구조는 한 사람이 벌어서 3대가 먹고 살 수 있었다. 그렇지만 앞으로의 사회는 두 사람이 죽자고 일해도 한 가족이 생활하기 힘들것이다. 다 나와서 벌면 그만큼 고용이 넘쳐나고 불리한 환경에서 일할 수 밖에 없다. 사회진출 악을 써봐라 유리한 것은 자본가 뿐이다"
4대보험 안되고 계약직으로 언제든지 잘릴지 모르는 사회를 살아가는 오늘 갑자기 그분의 강의가 생각이 나는 것은 왜일까요. 이런 분들이 언제 그런 브랜드 아파트를 사겠습니까? 한 사람이 벌어서 3대가 먹고 살던 시대는 이제 먼나라 얘기가 된 것 같습니다.
저는 아이들과 행복하게 살길 원합니다. 충분한 교육도 시켜주고 살뜰하게 공부방도 마련해주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부동산을 돌아보면서 조금 슬퍼졌습니다. 둘이 벌어 모아도 집을 옮기기는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부동산을 포기하면 우리 다섯식구가 행복해질 것 같아서 부동산에 대한 관심 이제 접도록 하겠습니다. 이제 제 일에 전념하고 싶습니다.
주식이니 부동산이니 전혀 관심없이 지내던 제가 나름대로 게시판을 통해 많이 배웠습니다. 아파트값의 상승을 주장하시던 폭락을 주장하시던 모든 분들 여러가지 정보 많이 제공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